무하한

건축은 신경을 자극한다 (1)

ouzu 2020. 4. 3. 22:00

루이스 칸, 솔크 연구소, 출처:photorator, Salk Institute by Louis Kahn

  솔크 연구소의 중앙 공간의 모습입니다. 이 공간은 루이스 칸이 루이스 바라간에게 자문을 구하기 전까지는 중정을 목적으로 나무가 심어질 계획이었습니다. 연구소로 지어진 건물이며 그 형태가 기능을 위하고 있긴 하지만, 모더니즘 건축물과 미세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고 느껴집니다. 

 

출처:https://www.salk.edu/

솔크 연구소가 왜?

  일반적인 아파트의 반자 높이는 2.4~2.7m입니다. 솔크 연구소의 높이는 거의 3m에 다다릅니다. 고작 0.6m 차이인데도, 그것이 이루어내는 효과는 엄청납니다. 천장의 높이를 조금 높였을 뿐인데,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의 창의력이 2배가량 증진됩니다. 건축이 사람의 신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 첫번째 건축물로 솔크 연구소를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 이것을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장실의 높이는 2.1m 이상, 거실의 높이는 2.4m 이상입니다. 0.3m만큼 차이가 나죠? 화장실에서 전방을 보았을 때와 거실에서 전방을 보았을 때 솔크 연구소만큼은 아니지만 천장 높이의 차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유현준 교수님의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 의 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사무실을 보면 고독을 즐기며 혼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에는 너무 산만하고, 중앙광장에서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사무실의 대화 피치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기에 원활하지 않다.' 솔크 연구소의 겉모습만 보면, 거칠고 딱딱해보인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중정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하늘의 모습이 매 때 바뀝니다. 여기서는 혼자 하루 종일 풀리지 않던 고뇌에 집중하는 공간이 주어지고, 사무실 내부가 아닌 사무실 앞 계단만 내려가면 의사소통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고독과 의사소통이라는 두 개념이 필요합니다. 이런면에서 솔크 연구소는 건축 구조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예시입니다.

 

하늘이 하나의 입면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을 때에는 좌우 상측에 눈이 먼저 갑니다. 사람을 볼 때에는 얼굴 표정을 먼저 본 뒤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눈이 갑니다. 처음 건축물을 볼 때에는 구조에 먼저 눈이 가고, 그 뒤에는 재질과 자재, 마지막으로 색과 빛에 눈이 갑니다. 하지만 건축물을 질리지 않게 하는 원인으로는 색과 빛이 최우선이며, 재질과 자재가 두번째요, 구조를 마지막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색과 빛은 매 시간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재질과 자재는 공간에 있을 때 드는 생각과 느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구조는 사용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빛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따라서 공간의 넓이가 넓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빛은 건축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늘은 이 빛을 건축의 한 입면으로 적용시킨 솔크 연구소였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